[걷고의 걷기 일기 0300] 상락아정 (常樂我淨)

[걷고의 걷기 일기 0300] 상락아정 (常樂我淨)

날짜와 거리: 20211119 - 20211121 40km

코스: 북한산

평균 속도: 2.4km/h

누적거리: 5,417km

기록 시작일: 2019년 11월 20일

오늘 북한산을 다녀왔습니다. 생키미님의 안내로 오랜만에 땀으로 샤워를 하며 조금 힘들게 걸었습니다. 동참하신 다른 분들은 칼바위 능선으로 가셨고, 저는 바위를 무서워해서 보국문으로 올라갔습니다. 대동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에 길 중간에서 헤어졌습니다. 함께 걷다가 홀로 떨어져 걷는 한가로움과 호젓함이 좋았습니다. 함께 수다를 떨고 웃으며 걷는 즐거움도 컸지만, 홀로 걷는 여유로움도 좋았습니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살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그 안에서 성장하고 성숙합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홀로 지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홀로 지내는 이유는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지내기 위한 방편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걷기는 함께 걷기와 홀로 걷기가 뒤섞인 새로운 걷기였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비석에 새겨진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상락아정(常樂我淨)’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정확한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열반에 갖추어져 있는 네 가지 성질·특성.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상(常), 괴로움이 없고 평온한 낙(樂), 대아(大我)·진아(眞我)의 경지로서 집착을 떠나 자유자재하여 걸림이 없는 아(我),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정(淨).” (네이버 지식백과) 상락아정은 열반의 상태를 표현한 문구입니다.

열반은 산스크리트어인 ‘니르바나’의 음역으로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한 단어입니다. 니르바나의 원래 의미는 ‘욕망의 불을 끄다’라고 합니다. 모든 욕망의 불을 끄게 되면 모든 괴로움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 상태가 바로 열반입니다. 모든 욕망이 사라지니 괴로움은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상(常)’은 변하지 않는 진리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늘지도 않고 줄지고 않는, 생하거나 멸하지 않는 진리의 세계입니다. ‘낙(樂)’은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즐거움입니다. 세속적 욕망이 끊어지면 즐거움이 저절로 올라옵니다. ‘아(我)’는 ‘너와 나’의 분별이 사라진 대아(大我), 진아(眞我)의 세계입니다. 이분법적인 세계, 분별을 하는 세계에서 벗어나 ‘이것과 저것’이 사라진 하나의 세상을 뜻합니다. ‘정(淨)’은 모든 오염으로부터 벗어난 깨끗한 마음의 상태입니다. 오염의 근원은 탐욕이고 욕망입니다. 욕망이 사라지니 오염은 사라지고 청정함이 저절로 드러납니다.

함께 걸었던 길동무들을 생각하며, 또 오늘 걷기를 생각하며 ‘상락아정’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힘든 길을 답사하고 안내하며 함께 즐거움을 느끼는 안내자가 있습니다. ‘나’를 벗어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나의 즐거움이 너의 즐거움이 되는 세상입니다. ‘아(我)’의 세상입니다.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자 개명을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알아차리며 마음의 오염을 씻어냅니다. 죽음을 기꺼이 수용하며 자신의 욕망을 비우고 삶의 지혜를 배우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정(淨)’의 세상입니다. 함께 걸으며 좋은 추억을 쌓아가며 사욕이나 자신을 버리고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주어지는 상황을 수용하며 삶 속의 괴로움에서 벗어납니다. ‘낙(樂)’의 세계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세상, 자신의 태도를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진리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상(常)’의 세계입니다. 걷기는 바로 상락아정입니다.

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덜어내고, 타인에 대한 불만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며 진리의 세계로 한 발 들어갑니다. 사계의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은 변한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걸었던 길 위의 낙엽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푸르름과 무성함의 다른 모습입니다. 푸르름을 자랑할 필요도 없고, 낙엽을 서러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낙엽은 다시 거름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만들어 줍니다. 우리의 괴로움이 희망의 거름이 되고, 오늘의 즐거움이 내일의 괴로움이 될 수도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만들어 줍니다. 길동무의 모습을 보며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길, 자연, 길동무 모두 우리의 스승입니다. 걷기는 이 세 가지 스승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걷기는 ‘상락아정’의 다른 표현입니다. 우리 홀로 또 함께 걸어요. 오늘 가르침을 주신 길, 길동무님, 자연에게 감사드립니다. 힘든 길 답사를 하시고 편안하게 길 안내를 해 주신 생키미님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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